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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희소병 '알렉시티미아'를 앓는 열여섯 살 소년 윤재의 특별한 성장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머릿속 편도체(아몬드)가 작아져 분노, 공포, 슬픔과 같은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윤재가 겪는 사건들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감정'과 '공감'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윤재가 세상의 폭력과 불의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그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감정 없는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감정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과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것일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학습되는 것일까 등 소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타인과 연결되려 노력하는 윤재의 모습은 메마른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인간성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며, 독자들의 가슴속에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깁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소년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감정 표현 불능증, 즉 '알렉시티미아'를 앓는 소년 윤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 윤재는 뇌의 편도체, 즉 아몬드 모양의 기관이 남들보다 작아져 공포나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소년입니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감정으로 요동치는 보통 사람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람들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하고, 그들의 말과 표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호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윤재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그를 세상의 비정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윤재에게 '감정'을 학습시킵니다. 언제 웃어야 하고, 언제 슬퍼해야 하는지,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마치 매뉴얼처럼 가르칩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소년의 성장 과정은 독자들에게 감정이라는 것이 과연 본능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학습의 결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윤재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가르침 덕분에 겉으로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정상적인'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지만, 그의 내면은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소설은 이러한 윤재의 독특한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익숙했던 '감정'의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는 감정 과잉의 시대에 살면서도 정작 진정한 공감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윤재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기를 넘어, 인간의 감정이라는 복잡한 미로를 탐험하는 철학적인 여정이기도 합니다.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에 대하여
소설 '아몬드'는 주인공 윤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에 대하여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생일날, 윤재는 눈앞에서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것을 목격하지만, 슬픔이나 분노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세상의 냉정한 시선과 마주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괴물' 취급하며 비난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윤재의 내면에 숨겨진 인간성을 발견하게 하는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이분법적인 구도를 무너뜨립니다. 바로 폭력적이고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 '곤이'와,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소녀 '도라'입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는 '비정상'으로 분류될지 모르나, 윤재와 교류하며 진정한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갑니다. 윤재는 곤이와 도라를 통해 감정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폭력과 친절, 분노와 슬픔을 옆에서 지켜보며 감정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서서히 그 감정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과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질인지, 아니면 타인과 진심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지를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소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행동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보다 오히려 더 이성적이고 윤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하고 상대적인지를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외형적인 모습이나 감정의 유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노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임을 깨닫게 합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소년이 품은 아몬드
소설 '아몬드'는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 윤재가 완전히 감정을 회복하는 극적인 반전 대신,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치유와 성장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곤이와 도라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감정'의 의미와 '공감'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더 이상 감정을 연기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소년이 품은 아몬드는 바로 이러한 윤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뇌 속의 편도체는 여전히 작을지 모르나, 그의 마음속에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싹트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감정이 단순히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윤재가 '어쩌면 나는 다시 그 무감한 상태로 돌아갈지 모른다'라고 고백하지만, 그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감정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허우적대기보다, 진심을 다해 타인과 연결되려는 작은 노력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역설합니다. 궁극적으로 '아몬드'는 우리 모두에게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진정한 공감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전하는 소중한 작품입니다.